에너지종합

  • 최장기간 장마와 강력 태풍에 따른 전력 공급
  • 2020-11-02 작성자 : 김성균 연구위원
  • 에너지수급브리프 2020년 10월호 - 브리프 이슈


    2020년 최장기간 장마와 연이은 강력 태풍의 상륙으로 전국 곳곳에서 국지적 정전이 발생하였다.그리고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염분이 전력 시설에 점착하거나 고압 전력선이 흔들리면서 섬락 현상이 발생하여 원전이 중지하거나 소외전력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긴 장마로 인해 일조량이 감소하여 태양광 발전에 지장이 있었고, 강풍으로 인해 풍력 발전에도 지장이 발생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장마 기간이 길어지든가 집중호우와 강풍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증가할 전망으로 장마와 태풍 기간 중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의 대비가 필요하다.


    서론

    2020년 6월 24일 시작한 장마는 8월 14일까지 무려 52일간 이어지며 최장 기간 장마의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곧 이어 바비, 마이삭, 하이선 3개 태풍의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상당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다. 올해 장마기간의 전국 면적 강수량[1]은 840mm로 작년 같은 기간의 강수량 492mm의 171%에 달하였다(환경부, 2020.9.18). 이번 장마 기간 중 집중 호우로 인프라 손실, 생산 활동 위축, 물가 불안 등 세가지 측면에서 1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오준범, 2020.8.13). 여기에 한반도에 상륙하였던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의 강풍과 폭풍 해일에 따른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1조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시설의 피해도 발생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광역정전이나 연료의 공급체계가 마비되는 등의 심각한 피해는 보고된 것이 없었으나 홍수와 강풍, 낙뢰 등으로 인한 국지적 정전 사고가 다수 발생하였고 태풍에 따른 원전의 정지 사고도 있었다. 일조량 감소에 따른 태양광 발전량의 감소와 강풍으로 인한 풍력 발전의 중단도 발생하였다. 여기서는 이번 장마와 태풍 기간 중 발생한 전력의 공급 지장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국지적 정전

    강풍이나 집중 호우 발생시에는 낙하물에 의한 전력선 단락이나 낙뢰와 침수에 의한 송배전설비 파손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장마와 태풍 시즌에도 전국 각지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하였다. 8월 8일 전라북도 용담댐 상류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긴급 방류를 실시하여 하류인 충북 영동군 3개 면에 홍수가 발생하였다.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설비가 침수되면서 해당 지역이 정전되었다. 8월 22일 오후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관악구 봉천동에 낙뢰로 인한 배전시설 파손으로 35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태풍 바비는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제주와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1,600여 가구에 정전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으로 상륙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은 좀 더 광범위하게 정전 피해를 발생시켰다. 전력 송배전 설비의 유지 보수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력이 재해에 따른 전력설비 피해 예방을 강화해 오고 있으나 전력선과 송배전설비를 지중화 하지 않는 한 강풍과 집중호우에 의한 정전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극한 기상의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 설비의 사전 점검과 정전 사고 발생시 신속한 복구에 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원전의 가동 중지

    태풍 마이삭이 부산 부근으로 상륙했을 당시 고리원전 주변에 최대 풍속 32.2m/s의 강풍이 불면서 원전 6기에 모두 이상이 발생하여, 소외 전원 공급이 차단되고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었다. 이로 인해 정상 운전 중이던 원전 4기(고리3, 4 및 신고리1, 2)가 자동 정지하였다[2]. 곧 이어 태풍 하이선이 울산 부근으로 상륙했을 당시 월성원전 주변으로 최대 풍속 33.1m/s의 강풍이 불면서 월성 2, 3호기의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의 공통 원인은 전기 설비에서 발생한 섬락(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하면서 스파크가 발생하는 현상) 이다. 고리 3, 4호기에서는 태풍이 동반한 강풍에 날린 염분이 계기용 변압기에 점착되면서 섬락이 발생며 원전이 정지하였고, 월성 2, 3호기는 원전의 발전량을 계량하는 계기용 변성기에 섬락이 발생하며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하였다(원자력안전위원회, 2020.9.25). 신고리 1, 2호기의 경우는 강풍으로 인해 원전이 발전한 전기를 송전하는 고압 전력선이 흔들리며 철탑에 가까워지면서 섬락이 발생하여 소외 전원이 차단되었다(원자력안전위원회, 2020.9.25).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부는 추후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외부로 노출이 되어 있는 설비들을 밀폐하여 염분의 점착을 막고, 태풍의 상륙기에는 예방적 가동정지, 사전 출력감발을 하는 등 운영 지침을 개선하기로 하였다(원자력안전위원회, 2020.9.25).

    재생에너지 발전 지장

    장마와 태풍 기간 동안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태양광 발전이 영향을 받았다. 태풍으로 풍속이 일정 수준을 상회하면 풍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3]. 이번 6~8 월 동안 강우와 강풍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중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영향을 받았다. 반면 전국적으로 늘어난 강수량으로 인해 수력 발전량은 증가하였다. 6~8월 동안 태양광 발전량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하였고, 풍력 발전량도 7월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하였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모두 발전 설비 용량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발전량 증가가 상당 부분 제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소형 재생에너지 설비의 운영시간, 도입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발전원별 정확한 이용률 통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월간 발전 설비 용량의 증가율과 발전량의 증가율을 비교해보는 것으로 장마와 태풍의 영향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년 동월 수준과 비교하여 매월 50% 가까이 설비 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반해 태양광 발전량은 설비 용량 증가에 따라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일조량 상황에 따라 큰 변동을 보이는데 일조량이 많았던 올해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81.7% 증가 하였고, 일조량이 적었던 1월에는 8.6% 증가에 그쳤다. 이번 장마와 태풍 시즌에도 발전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1% 증가하였으나 발전량은 38.6%에 그쳐 일조량 감소로 발전에 지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도 발전 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하였으나 발전량은 2.8% 증가에 그쳤다

    2020년 6~8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20년 6~8월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자연 현상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의 속성이다. 장마와 태풍 시즌에 발전량이 급감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으나 장차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함에 따라 계절과 기상 예보에 따라 탄력적인 전력 운용이 필요하다. 태양광 설비와 관련해서는 산지에 설치된 발전소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려를 낳았다. 중앙재난피해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올해 7~8월에 산지 태양광 발전소 총 27곳(피해면적 36,369m2)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였고,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7~9월 산지와 평지를 합한 태양광 시설의 피해 사례는 총 52건 발생하였다(국민일보, 2020.10.15). 산지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에 특별히 취약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해 보이나 집중 호우시 산림 절개지에 산사태 발생 가능성은 증가하기 때문에 산지 태양광 개발 시 집중 호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현상

    이번 장마와 태풍 시즌에는 국지적 정전 사고가 발생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 지장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원전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공급 인프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장차 올해 경험한 것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모두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현재 발간을 준비중인 IPCC의 6차 평가 보고서(AR6)의 최신 온실가스 경로에 따라 우리나라 국립기상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1세기 말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평균 기온이 현재 보다 최고 5.3℃ 상승하고 평균 강수량은 6~10%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국립기상과학원, 2019). 또한 전지구적으로 극한 강수일수가 다소 증가하는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변화의 폭은 다소 클 것으로 전망하였다(국립기상과학원, 2019). 극한 기상 현상은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 변화 추세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인간 경제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도 점차 증가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환경부의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강수량 및 홍수량의 증가정도’ 예측에 따르면 21세기 초반(2011~2040년), 중반(2041~2070년), 후반(2071~2100년)에 각각 3.7%, 9.2%, 17.7% 증가할 전망이다(환경부, 2020.9.18). 댐과 하천제방 등을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는 홍수량은 2050년경에 현재 대비 1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는데, 유역별로 증감률 편차가 커서 한강 유역은 홍수량이 조금 감소(-9.5%)하는 반면 한강 이남의 금강(20.7%), 낙동강(27%), 영산강(50.4%), 섬진강(29.6%) 유역의 홍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환경부, 2020.9.18). 이러한 전망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역의 에너지 인프라의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류가 대면해야 할 도전은 기후위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올해 전지구적으로 기상 이변이 속출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코로나19도 어찌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 교란이 원인이라는 각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집중호우를 포함한 극한 기상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커질 것이란 전망은 미래에 직접적인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원전 등 에너지 인프라의 대비도 촉구 한다. 당장 현재 100년 강우 빈도로 설계된 댐과 하천제방 등을 이보다 훨씬 높은 빈도에 따라 증개축 또는 재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인프라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선제적으로 강화된 기준에 따라 안전 설비를 보강함으로써 장차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예상을 초월하는 극한 기상 현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립기상과학원, 2019,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SSP1-2.6/SSP5-8.5에 따른 기후변화 전망.”

    국민일보, 2020.10.15. “집중호우기간, 산지태양광 하루 1.6곳꼴 피해 발생,” 2020년 10월 26일 접속,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111364&code=61111111

    원자력안전위원회, 2020.9.25. “태풍으로 인한 원전사건 조사결과 및 향후계획.”

    오준범, 2020.8.13. “여름철 집중호우의 경제적 피해 분석,” 현안과 과제, 현대경제연구원.

    환경부, 2020.9.18. “2050년 일부 유역의 홍수규모 최대 50% 증가 예상,” 보도자료.



    [1]면적 강수량은 특정 지점의 강수량이 아니라 유역 전체에 내린 강수량의 평균임

    [2]고리 1, 2호기에도 이상이 발생하여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었으나,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고리 2호기는 정기 검사 중이었음

    [3]우리나라에 건설된 대부분의 대형 풍력 발전기는 풍속이 25m/s 이상이면 블레이드 파손을 막기위해 발전을 중단한다. 윈드 타워는 50m/s을 견디게 설계되어 있는데, 9월 3일 태풍 마이삭이 상륙하였을 때 경남 양산 풍력발전소 부근에 순간 최대 풍속 60m/s의 강풍이 불면서 타워 1기가 붕괴하였다.

    * 에너지수급브리프 2020년 10월호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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